음식 사진만 가득한 사진첩을 보던 설메아리가 세상빛을 데리고 네 컷 사진을 찍으러 간다. 여덟 장을 찍고 네 장을 골랐지만, 각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달랐다.
사진첩에서 언니와 같이 나온 사진을 찾고 있었다. 떡볶이가 세 장, 음료가 두 장. 그다음은 언니 손이었다. 내가 접시를 찍는 동안 젓가락을 들고 기다리던 손.
한참을 더 내리다가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내일 몇 시에 시간 돼?’
조금 뒤 답이 왔다.
‘두 시쯤. 왜?’
‘사진 찍으러 가자. 우리 둘이.’
‘무슨 사진?’
‘그냥 사진. 우리 사진첩엔 먹은 것만 있잖아.’
‘어디로 갈 건데?’
‘그건 내가 고를게.’
‘알았어.’
다음 날, 먼저 준비를 마친 건 나였다. 머리를 묶었다 풀었다 한 번씩 해 보고, 결국 처음처럼 풀었다. 언니에게 준비됐다고 보내자 방문 너머에서 “나도 다 됐어” 하는 소리가 났다.
현관에 나온 언니가 내 머리 위를 가리켰다.
“왜?”
“머리핀.”
아까 빼 놓은 줄 알았던 집게핀이 정수리에 붙어 있었다. 나는 핀을 빼서 신발장 위에 놓았다. 언니는 거울을 보며 카디건 소매를 한 번 접었다. 양쪽 길이가 달라서 다시 폈다.
“언니는 그냥 찍을 거야?”
“응. 얼굴 잘 나오게.”
“너무 평범하지 않아?”
“나는 평범한 거 한 장 갖고 싶은데.”
나는 언니를 한 번 보고 가방 끈을 당겼다.
“알았어. 한 장은.”
작은 네 컷 사진관에는 모자와 안경이 벽 한쪽에 걸려 있었다. 나는 노란 별 모양 안경을 골랐다. 거울을 보니 눈보다 안경이 훨씬 컸다.
언니는 회색 배경이 있는 칸을 가리켰다.
“여기가 낫겠다.”
“나는 주황색.”
“안경도 노란색인데?”
“그래서.”
언니는 두 칸을 번갈아 보더니 주황색 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 앞에서 안경을 고쳐 썼다. 모자도 하나 집으려는데 안에서 언니가 불렀다.
“메아리야. 가방 어디 둘까?”
“옆에 고리 있어.”
가방을 걸고 화면 앞에 나란히 섰다. 언니가 내 얼굴을 보다가 웃었다.
“눈이 안 보이는데.”
나는 안경을 조금 내렸다.
“이러면 보여?”
“코로 쓰는 거야?”
안경이 코끝에서 미끄러졌다. 얼른 손으로 받았는데 이번에는 언니가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안으로 말았다. 나는 그 얼굴을 화면으로 보고 먼저 웃어 버렸다.
“잠깐. 아직 시작하지 마.”
“안 눌렀어.”
우리는 한참 웃고도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았다.
사진은 여덟 장을 찍고, 그중 네 장을 고르면 됐다. 언니가 안내를 읽는 동안 나는 안경을 벗어 선반에 올렸다.
“처음 건 평범하게 찍자.”
“좋아.”
언니는 내 쪽으로 반걸음 붙었다. 화면에 둘 다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내가 시작 버튼을 눌렀다.
숫자가 줄어드는 동안 머리를 귀 뒤로 넘기려다 언니 팔꿈치를 쳤다. 언니도 머리를 정리하던 참이었다.
“반대쪽으로—”
첫 번째 사진이 찍혔다. 나는 입을 벌린 채 언니를 보고 있었고, 언니는 눈을 감고 있었다.
“다음 거.”
언니가 바로 자세를 잡았다. 나도 손을 내리고 앞을 봤다. 이번에는 둘 다 눈을 뜨고 제대로 웃었다.
“됐지?”
“응.”
세 번째 사진을 찍기 전에 나는 안경을 쓰고 한 손을 턱 아래에 댔다. 언니에게도 쓰고 싶은 걸 고르라고 했지만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나 이대로.”
언니도 내 옆에서 손을 턱 아래에 댔다. 내가 생각한 건 손끝을 가볍게 붙이는 모양이었는데, 언니는 주먹으로 턱을 받쳤다.
찰칵.
“언니, 졸려?”
“이렇게 하라는 거 아니었어?”

웃다가 안경이 또 흘러내렸다. 코를 찡그렸더니 입술까지 쭉 나왔다. 그때 네 번째 사진이 찍혔다.
결국 안경은 바닥에 떨어졌다.
“괜찮아?”
“응. 안 밟았어.”
안경을 주워 일어나는 동안 또 한 장이 찍혔다. 이번에는 화면 가운데에 내 뒤통수가 크게 나왔다.
남은 사진은 자세를 잡기도 전에 찍혔다. 언니가 조금 옆으로 가라고 하면 내가 너무 멀리 갔고, 내가 언니를 당기면 둘 다 화면 한쪽으로 몰렸다. 마지막에는 안경을 손에 쥔 채 그냥 앞을 봤다. 언니도 더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촬영이 끝나자 여덟 장이 한꺼번에 떴다.
나는 두 번째 사진부터 골랐다. 언니가 원한 대로 얼굴이 제대로 나온 사진이었다. 마지막 사진도 괜찮았다. 조금 헝클어졌지만 둘 다 웃고 있었다.
언니가 첫 번째 사진을 가리켰다.
“이건 빼.”
“눈 감은 거?”
“응.”
“알았어.”
나는 첫 번째를 넘겼다. 네 번째에서는 손이 멈췄다. 안경이 코끝에 걸려 있고, 나는 코를 찡그린 채 입술까지 내밀고 있었다. 옆에서 언니는 주먹에 턱을 얹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확대해 보니 더 이상했다. 안경은 안경대로 내려가고, 입술만 쭉 나와 있었다.
내가 한참 웃자 언니도 화면 가까이 왔다.
“너 이거 괜찮아?”
“응. 이거 넣을래.”
“다시 찍어도 되는데.”
“싫어. 다시 해도 이런 표정은 안 나와.”
나는 입을 똑같이 내밀어 보았다. 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까는 더 나왔어.”
“얼마나?”
“그것보다.”
우리는 좁은 칸 안에서 또 웃었다.
둘이 턱을 괴고 있는 사진까지 고르고 나니 네 칸이 찼다. 똑바로 웃는 얼굴, 같이 턱을 괸 얼굴, 안경이 떨어지려는 얼굴, 마지막에 웃는 얼굴. 내 뒤통수는 빼기로 했다.
네 컷씩 붙은 사진이 두 장 나왔다. 나는 별 안경을 벽에 다시 걸고, 언니와 사진을 한 장씩 나눠 가졌다. 가게를 나서자 언니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맨 위에 거 마음에 든다.”
우리가 똑바로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나는 이거.”
안경이 떨어지려는 칸을 짚었다.
“알아.”

언니가 사진을 구기지 않게 가방 안쪽에 넣었다. 나는 손에 들고 걸었다. 자꾸 들여다보느라 길을 제대로 못 봐서, 결국 나도 가방에 넣었다.
집에 돌아와 사진 파일을 내려받았을 때 메시지가 왔다.
‘사진 보내 줘.’
언니였다. 나는 둘 다 잘 나온 두 번째 사진을 먼저 보냈다.
‘이거 말고 네 장 붙어 있는 거.’
나는 저장한 파일을 다시 찾아 보냈다. 곧 웃는 이모티콘이 왔다.
언니 방으로 가서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언니, 또 그거 봐?”
언니는 대답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내 쪽으로 돌렸다. 입술을 쭉 내민 내 얼굴이 화면에 가득했다.
“내 얼굴 너무 크게 하지 마.”
“네가 고른 건데.”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언니가 주먹으로 턱을 괸 사진을 찾았다. 확대해서 보내고 나니 옆방에서 웃는 소리가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