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마친 세상빛과 설메아리가 미장원에서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노트북의 노래를 듣는다.
에피소드

시즌 1 · 4화

오늘은 조금 다르게

미장원에 노트북을 가져온 메아리는 언니 세상빛에게 한 달째 다듬고 있는 노래를 들려준다.

미장원에 가기 전, 메아리는 가방에 노트북을 넣었다.

“그것까지 가져가게?”

“언니 염색할 동안 할 거야.”

“네 머리는?”

“내 머리 할 땐 덮으면 되지.”

미장원에 도착하자 메아리는 대기 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나는 색 견본을 넘기다가 짙은 보라색을 골랐다.

“언니 이걸로 하게?”

“너무 튀나?”

“아니. 다 하고 나면 어떨지 궁금해서.”

메아리는 색을 바꾸지 않았다. 얼굴 옆으로 내려오는 머리를 조금 가볍게 다듬어 달라고 했다.

메아리의 커트가 먼저 끝났다. 미용사가 내 머리에 염색약을 바르고 나자, 메아리는 대기 테이블로 돌아가 노트북을 펼쳤다. 이어폰을 끼고 잠깐 듣더니 멈췄다. 손을 움직이고, 다시 같은 곳을 들었다.

처음에는 늘 듣던 노래인 줄 알았다.

“뭐 해?”

메아리가 한쪽 이어폰을 뺐다.

“노래 만들고 있어.”

“여기서?”

“방금 어디 고칠지 생각났어.”

나는 의자 옆에 있던 잡지를 덮었다.

“지난번에도 그거 듣고 있지 않았어?”

“응. 아직 같은 노래야. 한 달쯤 됐어.”

“한 달?”

“시간 날 때 조금씩 하는 거라. 모르는 건 찾아보고.”

메아리는 이어폰을 빼고 노트북을 내 옆 빈 보조 테이블로 옮겼다. 작은 의자도 끌어와 앉았다. 화면에는 짧고 긴 막대들이 줄마다 놓여 있었다.

“멜로디랑 가사를 넣으면 노래해. 여기서 길이도 바꾸고.”

메아리는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내가 모르는 목소리가 짧은 후렴을 불렀다. 메아리는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다가 재생을 멈췄다.

“여기, 마지막 글자. 너무 빨리 끝나.”

화면의 막대 하나를 조금 늘린 뒤 다시 재생했다. 이번에는 마지막 소리가 조금 더 이어졌다.

염색을 기다리는 세상빛 곁에서 설메아리가 노트북의 곡을 고치고 있다.

“이번 건 어때?”

“나는 아까도 괜찮았는데.”

염색을 기다리는 세상빛이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턱을 괴고 웃는다. ‘아까도 괜찮았어.’

“나는 자꾸 여기만 들려.”

메아리는 그 부분을 한 번 더 틀었다.

“이거 누가 부른 거야?”

“일단 다른 목소리로 들어보는 거야. 멜로디랑 가사는 내가 썼고.”

“그럼 네가 부르면 되잖아.”

메아리는 손을 멈췄다.

“나중에 부를 거야.”

“공연할 때는 잘 부르면서.”

“그건 남이 쓴 노래잖아.”

메아리가 이어폰 줄을 손가락에 느슨하게 감았다가 풀었다.

“내가 쓴 가사를 내 목소리로 들으니까 좀…… 못 듣겠어.”

나는 메아리를 봤다.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언니가 듣고 있으면 더.”

“그럼 저 목소리로 먼저 만들어 보는 거야?”

“응. 끝까지 만들어 놓고, 나중에 내가 불러 보려고.”

메아리는 다시 화면을 봤다. 내가 끼고 있는 이어폰 줄이 당기지 않도록 노트북을 조금 가까이 옮겼다.

“오늘 끝내?”

“아니. 오늘은 여기만.”

나는 잡지를 다시 펼쳤다. 두 장쯤 넘기는 동안 같은 구절이 몇 번 더 들렸다.


머리를 헹굴 차례가 되자 나는 이어폰을 빼서 돌려줬다. 메아리는 노트북을 닫았다. 내 머리를 말리는 동안에는 휴대전화에 적어 둔 가사를 보고 있었다. 가끔 입술만 움직였다.

미용사가 내 윗머리를 모아 작게 묶어 줬다. 나머지는 어깨 아래로 내려왔다. 거울을 보며 고개를 조금 돌렸다. 창가에서 보니 보라색이 더 잘 보였다.

“언니, 뒤에도 좀 봐 줘.”

메아리는 자기 옆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검은 머리 끝이 목 뒤에서 가볍게 뻗쳐 있었다. 나는 뒤쪽을 보고 메아리의 휴대전화를 받았다.

“사진 찍어 줄게.”

메아리가 거울 앞에서 내 쪽으로 조금 붙었다.

“같이 찍어.”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메아리가 사진을 확인하는 동안 나는 옆 테이블의 노트북을 봤다.

세상빛이 휴대전화를 들고 설메아리와 나란히 새 머리 사진을 찍는다.

“아까 거 다시 들려 줘.”

“어디?”

“처음부터. 자꾸 중간에 끊으니까 무슨 노랜지 모르겠어.”

메아리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다시 펼쳤다. 이어폰 한쪽을 건네고, 재생 위치를 맨 처음으로 옮겼다. 나는 이어폰을 꼈다.

이번에는 메아리가 손을 키보드에서 뗐다.

노래가 끝나자 나는 이어폰을 빼서 돌려줬다. 메아리는 노트북을 닫아 가방에 넣었다.

미장원 문을 나와 걷다가 아까 들은 멜로디를 작게 흥얼거렸다. 메아리가 돌아봤다.

“뭐야. 벌써 외웠어?”

“네가 그 부분을 몇 번 틀었는데.”

메아리는 웃다가 노트북 가방을 고쳐 멨다.

세상빛이 흥얼거리자 설메아리가 돌아보며 웃는다. ‘벌써 외웠어?’

“아까 들은 거 보내 줄까?”

“응.”

“아직 다 만든 건 아니야.”

“들었잖아. 거기까지만 보내.”

집에 돌아오니 메아리가 보낸 사진 아래로 짧은 음원 파일이 하나 더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