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을 기다리며 벤치에 펼쳐 둔 메아리의 겉옷을 이음이가 먼저 차지했다.
공연장 뒤 벤치에 겉옷을 펴 놓고, 나는 신발 끈을 다시 묶었다.
고개를 드니 이음이가 내 옷 위에 앉아 있었다.
“거긴 내 자리인데.”
언니가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다 말고 나를 봤다.
“아직 앉지도 않았잖아.”
“옷 놓으면 맡은 거지.”
“얘도 그렇게 생각했나 보네.”
이음이는 앞발을 가지런히 모았다. 내가 쳐다보자 고개만 반대쪽으로 돌렸다.
나는 벤치의 빈 곳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이음아. 여기.”
귀 하나가 내 쪽으로 돌아왔다. 몸은 그대로였다.

“들었지?”
“응.” 하고 언니가 말했다.
“그럼 좀 와 봐.”
이음이가 하품했다. 머리 위의 초록 잎이 뒤늦게 흔들렸다.
언니는 벤치 끝에 손을 대 봤다.
“여기가 더 따뜻한데.”
나는 햇볕이 드는 쪽에 손바닥을 펴 놓았다. 이음이는 그 손을 잠깐 보고 겉옷에 턱을 얹었다.
“햇볕 때문은 아닌가 봐.”
“내 옷이 좋은 거야.”
“그럼 옷은 두고 옆에 앉아.”
언니가 웃으며 벤치 끝의 가방을 바닥으로 내려 줬다. 나는 그 자리에 걸터앉았다. 내 겉옷은 이음이 밑에 넓게 깔려 있었다.
이음이가 앞발을 뻗었다. 나는 소매가 구겨지는 걸 보고도 손을 뻗지 못했다.
“아, 저렇게 자면 못 깨우는데.”
“벌써 못 깨워?”
“자는 걸 깨울 순 없잖아.”
“아직 안 자.”
이음이는 눈을 뜬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언니는 수첩으로 입을 가렸다.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지난번에 언니에게 들려줬던 후렴을 작게 흥얼거렸다. 끝을 조금 바꿔 부르다가 멈췄다.
이음이가 고개를 들었다.
“얘 내 노래 듣나 봐.”
언니가 내 발을 내려다봤다.
“네 발이 벤치를 치고 있잖아.”
나는 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였다. 이음이는 다시 턱을 내려놓았다.
잠깐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이음이가 일어선 건 언니가 다음 연습 시간을 확인하고 수첩을 덮을 때였다. 등을 쭉 늘이고, 앞발을 내밀고, 뒷발까지 하나씩 뻗었다.
나는 이음이가 비켜난 걸 확인하고 천천히 겉옷을 집었다. 옷을 반으로 접어 무릎에 올렸다. 그제야 벤치에 제대로 앉을 수 있었다.
“됐다.”
이음이는 벤치 위에 서서 내 무릎을 봤다.
나는 고양이를 보고, 무릎 위의 겉옷을 봤다.
“설마.”
앞발 두 개가 먼저 올라왔다. 곧 뒷발도 따라왔다. 이음이는 접힌 옷 위를 한 바퀴 돌더니 몸을 둥글게 말고 눈을 감았다.
나는 양손을 무릎 양옆에 짚었다.
“언니.”
“왜.”
“나 이제 어떻게 일어나?”
“아까는 앉을 데가 없다며.”
“거긴 진짜 내 자리야.”
이음이는 꼬리를 제 앞발 옆으로 당겼다. 눈은 다시 감겼다.
언니가 가방을 집어 들었다.
“들어갈까?”
나는 무릎 위를 내려다봤다. 접힌 겉옷 가장자리로 흰 털이 조금 삐져나와 있었다.
“오 분만.”
언니는 수첩을 가방에 넣고 내 옆에 앉았다.



